조광한 남양주시장 “소수의 희생을 밟고 선 다수의 행복은 정의 아냐”

‘조안의 아픔·눈물 그리고 상처’ 행사에서 주민들에게 용서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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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한 기자
기사입력 2020-10-31 [10:39]

[남양주=송영한 기자]30일, 가을 햇살이 남양주의 명소 물의 정원에 화사하게 비치는 운길산 자락, 조안면 청년들이 부푼 꿈을 안고 개업했다가 단속의 철퇴를 맞고 폐허가 돼, 이제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구)운길산장어집 입구에 서 있는 조그마한 나무에 노란리본 수십 개가 소슬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그리고 스피커에서는 1973년에 토니 올랜도가 리드하는 3인조보컬 ‘던’이 발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TIE A YELLOW LIBBON ROUND THE OLD OAK TREE/늙은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세요~)’라는 노래가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이제는 전설이 돼 버린 이 노래는 형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죄수가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면서 용서해 준다면 마을 어귀 떡갈나무에 노란손수건을 매달아 달라는 편지를 보내자 그의 아내가 커다란 떡갈나무를 온통 노란 손수건으로 장식해 용서하고 서로 화해했다는 내용의 노래로서 ‘화해와 용서 그리고 포용’을 표현한 대표적인 노래다.

 

▲ 이대용 조안면 이장협의회장이 용서와 포용의 의미를 담은 노란 손수건을 조광한 남양주시장에게 달아주고 있다     ©경기인터넷뉴스

 

 

'아픔의 시작-통곡의 눈물-그리고 희망’

남양주시는 지난 27일 조안면 주민들이 '상수원관리규칙'과 모법인 '수도법'을 대상으로한 헌법소원 심판에 동참한데 이어 30일, 45년 동안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로 고통을 겪어온 주민들에게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조안의 아픔·눈물 그리고 상처’라는 주제의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그동안에 주민들을 외면하며 소극적 행정을 해온 남양주시를 대표해 용서를 구하는 조광한 남양주시장과 공직자들 그리고 주민 30여 명이 참석해 그동안의 상처를 보듬고 미래의 희망을 위해 화합을 다짐했다.

 

'아픔의 시작-통곡의 눈물-그리고 희망'의 순서로 주제 발표에 나선 문석기 남양주시 환경정책과장은 “팔당댐은 원래 전력생산과 관광산업을 목적으로 준공한 것으로 준공 당시에는 상수원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며 “그 후 1975년 상수원 관리규칙이 발표되고 이를 전주곡으로 전 가족이 전과자가 되는 등 조안면의 아픔이 시작됐으며 안타깝게도 남양주시 공직자들은 그동안 주민들의 아픔을 공유하지 못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이런 주민들의 ‘통곡의 눈물’은 이제 밈(Meme:한 사람이나 집단에게서 다른 지성으로 생각 혹은 믿음이 전달되는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 총량)현상으로 대물림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제 조안면 주민들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공법상의 손실 보상금’을 받아야 하며 상수원 보호를 위한 환경기초시설 및 토지매수 또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며 “주민들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수도법과 상수원 관리규칙은 ‘태생이 위헌’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석기 과장은 마지막으로 “오늘날 하수처리기술은 역삼투공법(RO)을 통해 하수를 음용수로 마실 만큼 발전했다. 상수원관리규칙을 ‘주민자율관리협약’으로 대체할 만큼 주민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졌다.”며 “그린벨트 해제에 발맞춰 환경정비구역 오염총량관리와 유역변경식 하수처리로 ‘저영향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해 국가가 상수원 관리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노란색 포스트잇에 희망을 담은 문구를 적고 있다.     ©경기인터넷뉴스

 

“시에서 용서를 구한다니 격세지감.. 행정의 일원화 필요”

이어진 주민의견 청취에서 조광식 능내리 이장은 “3년 전만 해도 무차별 단속으로 주민 800명이 전과자가 되었는데 시에서 주민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45년 만에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다른 남양주시민들과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일 뿐, 특별한 것이 아니다. 흔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때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행사가 감명 깊다.”라고 말했다.

 

이광실 조안면 주민자치위원은 “시에서 이런 행사를 개최해줘서 고마운 마음이지만 관할 행정복지센터에서는 항공사진으로 72년 전부터 농지로 사용해오던 곳을 지목이 다르다는 이유로 여전히 주민들을 옥죄고 있다.”며 “이런 이중적 행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기준 조안면 통합협의회 회장은 “부모세대는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전과자가 되고 자식들은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전과자가 돼야만 했던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며, “이제라도 시장님을 비롯해 공직자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니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며 “이번 헌법소원을 시작으로 남양주시와 주민이 서로 협력해서 사람답게 먹고 살 수 있게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어 주민들이 상처받은 과거에 대한 용서와 포용, 치유와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는 노란 손수건을 시 공직자들에게 달아주며 함께 희망을 찾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했고, 이에 조 시장과 공직자들도 “각종 규제로 오랜 기간 힘겨웠던 주민들의 아픔과 눈물을 잊지 않고 불합리한 규제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며 화답했다. 

 

 

“경안천 배제하고 상수원 다변화 해야..멍에 벗겨드리기 위해 최선 다 할 것”

조 시장은 “마이크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고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에 와서 4천여 명의 조안면 주민들의 가혹한 희생을 전제로 2천5백만 수도권 주민들이 안전한 물을 공급받고 있는 것이 과연 정의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역설했다. 

 

이어 “팔당상수원의 수질 개선은 한계에 이르렀고 물 안보 관점에서도 단일 상수원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기적 차원에서 경안천을 배제하고 수도권 상수원  취수지점을 상류로 옮겨  남한강, 북한강 유역으로 다변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45년 전의 하수처리기술 수준으로 현재까지 규제하고 있는 것은 불합리하며, 변화된 수처리 기술 등에 맞춰 물에 대한 규제도 반드시 변화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조 시장은“똑같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수리에서는 가능한 것이 조안면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말이 안된다.”며 “그간 주민들께서 열심히 준비해서 헌법소원까지 이르게 됐다. 주민들의 아픔과 눈물이 가감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시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주민들에게 씌워진 멍에를 벗겨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희망의 메시지 나누며 짜장면 대신 김밥으로 오찬”

이어 주민들과 시 공직자들은 노란색 포스트잇에 그간 마음에 담고 하지 못했던 말들과 희망을 담은 문구를 적어 건물 입구에 붙이며 희망의 메시지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45 년 동안 지속된 아픔과 눈물이 계속되지 않기를 기원하며 자손들에게 웃을 수 있는 땅과 행복한 추억을 물려줄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면서 “마라도에서도 시켜 먹을 수 있는 짜장면도 조안면에서는 시킬 수 없다.”는 현실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준비한 김밥으로 오찬을 나눴다.

 

한편, 지난 27일 조안면 주민들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으며, 소수의 희생을 통해 반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불합리한 제도가 이번 기회를 통해 합리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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